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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택배, 과로 배송 멈춰달라”…올해만 8명 사망

매일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고, 경비실을 오가는 택배 노동자들. 하루에도 수백 번 택배 수신인의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릅니다. 종일 뛰어다니며 1분에 1개씩 택배를 배송하다 보니 걷는 건 꿈도 꿀 수 없고, 식사를 거르는 건 일상이 됐습니다. 코로나19에 추석까지 겹치며 택배 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근로 환경은 전과 달리진 게 없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8번째 택배 노동자 사망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0년 경력의 CJ대한통운 소속 40대 택배 노동자 김 모 씨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을 하던 중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 측은 "평소 지병이 없던 김 씨가 갑자기 사망한 것은 과로 외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망 당일 김 씨에게 배정된 택배 물량은 350여 개였습니다.

■ "어제보다 늦을 거야"…돌아오지 못한 아들의 마지막 말

김 씨의 알람은 매일 아침 6시에 울렸습니다. 김 씨의 아버지는 "10분 세수하고, 5분 동안 밥 한 숟가락 떠먹고 출근했다"고 아들의 일상을 설명했습니다. 이른 아침 출근해서 해가 떨어진 밤 9시 30분~10시쯤 퇴근했습니다. 일주일 근무 시간만 90시간이 넘었습니다. 전날 밤 9시 30분에 퇴근했던 김 씨는 사망 당일 아버지에게 "어제보다 늦을 것"이라는 말만 남긴 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아버지는 아들의 회사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근무 환경은 열악했습니다. 아버지는 "택배를 누가 차에 실어주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정리를 마치고 나니 11시~12시였다"라며 "아들은 밤새도록, 종일 뛰어다니고 밥도 먹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 새끼가 택배 하다 죽으니까. 내가 당하니까.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하냐"며 택배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무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 1분에 1개 집 앞으로 배송…"밥 먹을 시간도 없다"

택배노조 측은 택배 노동자가 하루에 300~400개의 택배를 배송한다고 설명했습니다. "10시간 노동을 가정하면 1분에 1개를 배송하는 셈"이라고 합니다. 걸어 다니고 차분히 앉아 식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택배노조 측은 "김 씨가 일했던 대리점은 오전에 분류된 물건을 싣고 나가면 그동안 분류 인력이 또 분류를 하고, 2차로 오후 배송을 나가는 시스템"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른바 '2회전 배송'을 위해선 분류인력이 필수였지만, 김 씨는 이 인력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인력 고용 비용이 한 달에 40만 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그 돈을 아끼기 위해 직접 분류작업을 했습니다.

추석 연휴에도 분류작업은 계속됐습니다. CJ대한통운 측은 김 씨가 일했던 대리점에 5명의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택배노조 측은 "분류작업 투입 인력은 고인을 포함한 택배 노동자 3명과 아르바이트 2명"이라고 말했습니다. 택배 노동자 13명은 분류인력 비용을 부담했지만, 이걸 아끼려던 노동자 3명이 분류작업에 투입됐고 그 가운데 한 명이 김 씨였습니다.

■ 'CJ대한통운'에서만 5명 사망…반복되는 과로사 비극

김 씨는 산재보험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택배노조 측은 "김 씨가 일한 대리점은 산재보험 제외 신청서 작성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의 산재보험 제외 신청서는 9월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됐습니다. 택배노조 측은 "추석 특수기를 앞두고 택배 노동자 문제가 전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을 9월, CJ대한통운은 다수 택배기사에게 산재보험 제외 신청서를 쓰게 했다"며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가운데 40%가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수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동부 측은 CJ대한통운 전체 택배 노동자를 4,900명으로 보지만, 실제론 만 8천 명이 넘는다는 겁니다. "노동부는 CJ가 입직 신고한 사람만 집계했다"며 통계상의 오류라고 설명했습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오늘부터 2주 간을 추모 기간으로 정했습니다. 오는 17일(토)에는 더 이상의 죽음을 막자는 취지로, 전국 택배 노동자들과 함께 배송을 중단하고 추모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대책위는 "스스로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에스비즈뉴스  themomma@themomm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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